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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윈저앤뉴튼 고체물감 24색 두달간 직접 써본 후기

by ★☆★! 2020. 11. 4.

 

윈저 앤 뉴튼 고체 물감 24색 두 달간 직접 써본 후기

직접 구입하여 사용한 후기입니다.

내 돈 내산

 

어반 스케치에 꽂혀 고체 물감을 알게 되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반스케쳐스'라는 멋진 그림을 보았습니다. 도시 풍경을 펜으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건축가의 스케치 같기도 한데 뭐랄까 디자인과 예술 그 한가운데 어디쯤 있는 도시적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 멋있었던 이유는 그림을 어반 스케치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치 배낭여행을 다니듯 차박을 하는 캠퍼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들의 그림만큼 그들의 도구 하나하나도 남달라 보였습니다. 옆으로 펼치는 스케치북에 펜으로 슥슥 그리면 파노라마 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수채화를 그리는데 보자마자 버킷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어반 스케치를 하는 분들이 고체 물감을 사용하시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고체 물감이 뭐지? 서치를 해보니 처음부터 굳혀서 나온 물감을 고체 물감이라고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물감만 있으면 나도 저렇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윈저앤뉴튼 코트만 고체물감 48색. 크기 비교를 위해 옆에 마우스를 두었습니다.

 

윈저 앤 뉴튼 코트만 고체 물감이 발색이 좋다는데!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로 윈저앤 뉴튼 제품을 많이 쓰는 것 같았습니다. 이유는 발색이 예쁘다고 합니다. 기왕 사는 거 전문가 용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방에서 가격을 보니 전문가용은 너무 비쌉니다. 가격을 보고서야 이성이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과연 저 물감을 얼마나 쓸까? 많이 써봐야 두세 번 쓰겠지? 그래도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그리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크기는 어떤걸로 할까? 12색, 14색, 24색, 48색

코트만 48색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마우스 옆에 두었습니다

실제로 화방에가서 크기를 비교하고 사려했습니다. 후기를 보니 실제로 보면 작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화방을 갔는데 포장이 되어 있어 크기를 가늠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지고 다니기에는 12색, 24색이 포켓에도 들어가고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12색을 샀으면 됐는데 뭔가 그래도 24색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24색을 삽니다. 사고 나서 사용해보니 역시. 저란 사람은 24색을 다 쓰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48색은 생각을 안 했던 게 가격대가 48색부터는 부담스럽게 높아져서 48색은 일찍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예쁘고 마음에 드는 겉모습

사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녀석만 있으면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멋진 어반 스케치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물감만 사지 않았습니다. 라이너, 여행용 스케치북. 붓. 합리적으로 산다고 샀는데 지출이 꽤 컸습니다. 휴가 전에 샀는데 휴가를 가서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에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 와서 미리 개봉을 해봅니다. 예쁩니다. 흰색 파란색 플라스틱이 이렇게 예뻤던가? 생각보다 작아 큰 남자의 손 같습니다. 미술학원에서 사용하던 수채화 팔레트의 반보다 작습니다. 센스 있게 팔레트 안에 작은 붓을 넣을 수 있는 공간까지 있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물감 포장지 뜯다가 인내의 한계가 오다

어떤 후기에서 처음에는 작은 초콜릿 같은 물감 포장지를 뜯을 때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힘들다는 후기를 보았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포장을 뜯으면서 포장한 사람도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잘 안 뜯어지고. 그리고 자꾸 분리됩니다. 물감이 물감 집 안에 딱 맞게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조금만 흔들려도 물감이 혼자 떨어져 나옵니다. 

 

팔레트를 열 때마다 와장창 물감 집들이 다 튀어나옵니다.

열 때마다 긴장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잘 열수 있겠지? 하지만 열고 나면 물감들이 팝콘처럼 튀어나옵니다. 다른 분들이 블로그에 쓰신 글들을 보고 설마 그럴까? 했는데 진짜 그렇습니다. 조립식으로 만들어 물감 배열을 바꾸거나 새로운 물감을 보충할 때 커스터마이징 하라고 조립식으로 만든 거 같은데 열 때마다 이렇게 다 튀어나오게 만들 거면 만들지 말던가. 소리가 자꾸 나옵니다. 어떤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물감 집을 잡는 힘이 약해 힘없이 툭툭 더 잘 떨어집니다.

 

열때마다 튀어 나오는 물감들

 

이제 물감 이야기를 해볼까? 발색은 정말 좋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수채화를 옛날에 해보고 거의 10년 만에 해본지라 이게 다른 물감이랑 비교했을 때 얼마나 예쁜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보기에는 각 컬러들이 맑고 투명합니다. 예쁩니다. 아쉬운 점은 팔레트가 작아서 물감을 섞고 할때는 힘듭니다. 섞지 않고 바로바로 쓰면 팔레트 괜찮습니다. 

 

사면 후회하지 않을 고체 물감 감성.

액체 물감에 큰 팔레트가 쓰기는 더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윈저 앤 뉴튼 고체 물감은 이 고체물감 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감성입니다. 그냥 수채화로 그릴 때보다 뭔가 더 전문적이 어진 것 같고 야외에서 그릴 때 기분이 좋습니다. 색다른 경험입니다. 

 

고운 색. 그려보면 더 곱습니다

 

야외그림 그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덤으로 이야기하자면 방구석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 그릴 때는 몰랐는데 야외에서 그리니 아무도 관심 없는데 누군가 자꾸 지켜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온갖 도구 다 가지고 와서 그리니 화가쯤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도 관심 없지만 초라한 내 실력에 더 주눅 들게 됩니다. 어반 스쳐들을 보면 정말 멋지던데 그림연습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실력이 늘면 저에게 윈저 앤 뉴튼 48색을 선물로 줄 생각입니다. 

 

윈저 앤 뉴튼은 뭐하는 회사일까? 간단히 찾아보았습니다.

 

1832년 설립된 유서 깊은 영국 미술재료 회사

저에게 익숙한 것은 신한, 알파 물감인데 '윈저 앤 뉴튼'은 이름부터 영국스럽습니다. 1832년 런던 래스 턴 38 가에 과학자인 윌리엄 윈저와 예술가인 헨리 뉴튼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동업인 것 같습니다.  래스턴 38가 거리가 당시에도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스튜디오와 작업실이 많았다고 합니다. 회사를 만든 지 3년 뒤 1835년 최초의 고체 수채화 물감을 개발했습니다. 윈저 앤 뉴튼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입니다. 내가 쓰는 고체 물감이 190년 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거라니! 그림 그릴 때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윈저앤뉴튼 코트만 고체물감 24색 팔레트에 새겨진 로고

 

1837년 영국 왕실에 인증을 받은 윈저앤 뉴튼

고체 물감은 야외 수채화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이 빅토리아 여왕 치세입니다. 후에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7 시리즈 붓을 만들기도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 때부터 왕실로 인증을 받아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최초로 튜브형 물감을 개발한 회사

1830년대에 물감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유리병을 개발했는데 1842년에 오늘날 많이 쓰이는 튜브형 물감 통을 최초로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합니다. 알고 보니 엄청난 회사입니다. 당시 미술 재료 만드는 회사 중 애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그 제품들을 200년이 지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까 고체 물감 팔레트가 팝콘처럼 분리된다고 말한 게 후회됩니다.

홈페이지를 보면서 재미 있는 점은 회사의 연표와 근대 미술 거장들의 연표를 같이 배치한 점입니다. 반 고흐와 윌리엄 터너 피카소도 이 회사보다 후에 나온 인물들이며 어쩌면 윈저 앤 뉴튼의 물감을 썼을 수도 있겠습니다.

 

2019년 '카드뮴 프리' 수채화와 과슈 물감을 개발한 회사

 갑자기 1840년대에서 2019년으로 훅 건너뛰었습니다. 중간중간 새로운 제품도 출시되고 공장도 이전하고 했지만 저에게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9년 작년에는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다른 것들보다 저는 이 "카드뮴 프리" 제품을 상용화하여 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저도 최근에 알게 되고 놀란 것이 물감에 엄청난 중금속이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노란색 계열은 아예 이름을 "카드뮴 옐로" 이런 식으로 적어 놓았는데 알고 보니 발암물질 오래 노출되면 몸속에 쌓이고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유화를 배우려 할 때도 화학 물질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는데 파스텔, 수채화, 색연필 등 모든 컬러에 같은 중금속이 이 노란색. 혹은 다른 색을 내기 위하여 사용된다는 것은 몰랐었습니다. 알고 난 후에는 물감을 맨손으로 만지기에 걱정되었습니다. '카드뮴 프리' 라는 제품을 개발하여 홍보할정도면 이런 중금속들이 얼마나 위험하면 이런 제품을 만들어서 홍보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꼭 장갑을 착용하고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이 나온 것이 무척 반가워서 2019년 출시에 대해 한 번 더 이렇게 적었습니다. 부디 모든 회사들이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한 미술도구들을 개발해 내는 날이 제 생전에는 오기를 바라봅니다. 오늘도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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